“아직 검토 중이랍니다.”
헤드헌터로 일하면서 후보자에게 가장 하기 싫은 말 중 하나입니다. 급하다며 빠른 추천을 요청한 회사에 3주째 이 말만 반복하고 있을 때, 후보자의 온도가 식는 걸 느낍니다.
최근 한 스타트업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팀원이 갑자기 퇴사해서요. 최대한 빨리 추천 부탁드립니다.” 일주일 안에 후보자 3명을 추천했습니다. 이력서, 경력 요약, 추천 이유까지 정리해서요. 그리고 3주가 지났습니다. 아직 아무 소식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 회사 내부에서는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스타트업에서 가장 흔한 케이스입니다.
인사팀이 없는 스타트업은 현업 담당자가 채용 검토까지 맡습니다. 그 사람이 지금 다른 업무로 바쁘면 이력서는 그냥 메일함에 쌓여 있습니다. 인사팀이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종 결정권자인 팀장이나 임원이 이력서를 아직 열어보지 않은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바빠서 못 봤다”는 말이 거짓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바쁨의 우선순위에서 채용이 후순위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헤드헌터 채용과 동시에 다른 채널로도 후보자를 모집 중인 경우입니다.
잡포탈 공고, 사내 추천, 다른 헤드헌터 등 여러 채널에서 후보자가 들어오고 있고, 비교 검토 중인 상황입니다. 이 경우 특정 후보자에 대한 결정을 서두르지 않습니다. 더 좋은 사람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구직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보면, 지금 내가 1순위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채용 포지션 자체에 대한 내부 합의가 아직 안 된 경우입니다.
“이 포지션이 정말 필요한가”, “어떤 수준의 사람을 뽑아야 하는가”, “예산이 맞는가” 같은 논의가 내부에서 진행 중일 수 있습니다. 실무자는 급하다고 느끼지만, 위에서 결정이 안 내려오는 상황입니다.
이런 경우 외부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답이 늦게 오거나, 결국 채용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팀원 퇴사 직후에는 급하게 채용하려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진 경우입니다.
다른 팀원이 역할을 흡수하거나, 예산이 재편되거나, 채용 자체를 보류하기로 방침이 바뀌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에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은 채 그냥 연락이 끊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수백 건의 채용을 진행하면서 느낀 패턴이 하나 있습니다.
회사가 정말 원하는 후보자라면 속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력서를 받은 당일 또는 다음날 연락이 옵니다. 면접 일정도 빠르게 잡히고, 결과도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습니다. 바쁜 건 모든 회사가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 바쁜 와중에도 정말 원하는 사람에게는 빠르게 움직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결과가 늦다는 건 지금 내가 그 회사의 1순위가 아니라는 신호입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회사 내부 사정이 갑자기 복잡해졌거나, 담당자가 바뀌었거나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예외를 기다리며 다른 기회를 놓치는 건 본인 커리어에 좋지 않습니다.
채용 프로세스의 속도는 단순히 그 회사가 바쁜지 아닌지를 보여주는 게 아닙니다. 더 중요한 두 가지를 알려줍니다.
첫째, 그 회사의 실행력입니다.
채용 결정도 못 하는 회사가 빠른 제품 개발, 빠른 의사결정을 한다고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채용 속도는 그 조직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둘째, 내가 그 조직에서 어떤 우선순위인지입니다.
입사 전부터 내 이력서를 2~3주씩 방치하는 회사라면, 입사 후에도 나의 성장이나 커리어가 우선순위가 될 가능성이 낮습니다.
스타트업을 고를 때 연봉과 주식만 보지 마세요. 채용 과정에서 이 회사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세요. 그게 입사 후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2주가 지나도록 연락이 없다면 미련 없이 다음으로 넘어가세요.
“바쁜 거겠지”, “좋게 생각하자”는 자기 위안은 본인에게 도움이 안 됩니다. 그 시간에 다른 기회를 찾는 게 훨씬 낫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정도 확인 연락을 해보는 건 괜찮습니다. “지원 결과가 궁금해서 연락드렸습니다”라고 짧게 이메일이나 메시지를 보내보세요. 그래도 반응이 없다면 답은 나온 겁니다.
좋은 후보자는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좋은 회사도 기다리게 하지 않습니다.
Q. 면접 후 2주가 지났는데 결과를 물어봐도 될까요?
물어보는 게 맞습니다. “면접 결과가 궁금해서 연락드렸습니다.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해도 될까요?”라고 짧고 정중하게 연락해보세요. 이 연락 자체가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적극성으로 읽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Q. 스타트업은 원래 채용이 느린 건가요?
인사팀이 없는 초기 스타트업은 프로세스가 불규칙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좋은 스타트업일수록 채용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빠르게 움직입니다. 채용이 느린 것을 “스타트업 특성상”으로 합리화하는 회사는 다른 의사결정도 느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여러 회사에 동시에 지원하는 게 맞나요?
맞습니다. 한 회사에만 집중하며 결과를 기다리는 건 이직 전략상 좋지 않습니다. 여러 포지션에 동시에 지원하고, 빠르게 반응하는 회사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결과가 늦는 회사에 올인하며 다른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이 글을 쓴 사람
안녕하세요, 헤드헌터이자 커리어 컨설턴트 이상학입니다.
써치펌을 운영하며 수백 건의 채용을 직접 진행해왔습니다. 이력서 한 장이 사람의 커리어를 바꾸는 순간을 수없이 봐왔고, 그 현장 경험을 여기에 솔직하게 담고 있습니다.
이직을 고민 중이시거나 커리어 방향이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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