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을 원하세요?”
헤드헌터로 일하면서 채용 의뢰를 받을 때 반드시 하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는 분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혹은 너무 모든 것을 다 갖춘 사람을 원한다는 답변이 돌아오기도 합니다.
둘 다 채용 실패 확률이 높은 답변입니다.
최근 오랜 지인과 저녁을 먹으며 흥미로운 채용 실패 사례를 들었습니다. 개인 사업을 운영하며 첫 직원을 채용했다가 몇 달 만에 퇴사로 끝났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채용 과정을 들으니 이유가 명확했습니다. 그리고 이건 특별한 사례가 아니었습니다. 스타트업과 소규모 기업에서 반복적으로 보이는 전형적인 패턴이었습니다.
이번 사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문제입니다.
채용 공고를 올리고 많은 지원자를 면접 봤는데, 애초에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할지 스스로 기준이 없었습니다. 면접을 보면 볼수록 기준이 더 흐릿해졌고, 결국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사람”을 뽑았습니다.
기준이 없는 채용은 서로에게 힘든 시간만 가져다줍니다.
회사는 “이런 사람이겠지”라고 기대하고, 지원자는 “이런 일을 하겠지”라고 기대합니다. 그 기대가 다르면 입사 후 갈등은 필연적입니다.
채용 전에 반드시 정해야 할 것:
이 세 가지에 명확하게 답할 수 없다면, 채용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이것부터 정해야 합니다.
이번 사례에서 선택된 후보자의 조건은 “큰 기업 인사팀 경력, 좋은 학력, 면접 후 감사 문자”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사람은 몇 달 만에 퇴사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총무 업무를 담당하기로 했는데 계속 다른 일들이 추가됐고, 원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는 것이었습니다.
“큰 기업에서 일해봤으니 여기서도 잘하겠지”는 오판입니다.
대기업에서 성과를 낸 사람이 소규모 조직에서도 잘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기업은 명확한 역할 분담,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 안정적인 프로세스가 갖춰진 환경입니다. 그 환경에서 잘했던 사람이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소규모 조직에서 같은 퍼포먼스를 내기는 어렵습니다.
작은 조직일수록 필요한 건 화려한 배경이 아니라, 이 환경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채용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지원자를 많이 볼수록 오히려 결정이 어려워집니다.
각자 다른 강점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보다 보면, 모든 강점을 다 가진 사람을 원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시장에 없습니다. 그리고 설령 있다 해도 그 사람이 우리 회사를 선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이 채용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현재 가장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명확하다면, 그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다른 부분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완벽한 사람을 기다리다 좋은 후보자를 놓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채용에서 타이밍은 중요합니다. 좋은 후보자는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능력도 좋고, 오래 일해 주고, 연봉도 적게 받을 사람”은 없습니다.
역량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더 좋은 조건을 줄 수 있는 곳을 찾아 빠르게 이동합니다. 내가 원하는 사람의 기준을 세우는 것과 동시에, 우리 회사가 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명확해야 합니다.
연봉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것들이 좋은 후보자를 끌어들이는 요소입니다. 그리고 이번 사례처럼 업무 범위가 불명확하게 계속 늘어나는 환경은 능력 있는 사람일수록 견디기 어렵습니다.
이번 사례의 지인은 두 번째 직원을 채용할 때는 달라졌습니다. “역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오래 같이 일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을 선택했습니다.
이것 자체가 채용 기준이 생긴 겁니다.
완벽한 기준이 아니어도 됩니다. 중요한 건 “우리 회사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알고 있느냐입니다. 그 기준이 있으면 판단이 빨라지고, 채용 후 서로의 기대가 맞아 오래 함께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기준이 없거나 너무 현실성이 없다면, 좋은 사람도 나쁜 채용이 됩니다.
Q. 채용 기준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모르겠어요.
가장 쉬운 방법은 “이 사람이 없으면 우리 회사에서 어떤 일이 생기나?”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겁니다. 그 답에서 이 포지션의 핵심 역할이 나옵니다. 그 역할을 수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를 정리하면 채용 기준의 뼈대가 됩니다.
Q. 스타트업에서 전직 대기업 출신을 채용하면 안 되나요?
안 된다는 게 아닙니다. 대기업 출신이라는 배경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우리 조직의 환경에 맞는 사람인지를 확인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면접에서 “시스템이 없는 환경에서 스스로 만들어가는 경험이 있는지”, “불확실한 역할 범위에 유연하게 대응한 경험이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하세요.
Q. 채용 후 빠른 퇴사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입사 전 기대와 입사 후 현실의 간극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채용 과정에서 좋은 면만 보여주기보다, 실제 업무 환경과 어려운 점을 솔직하게 공유하는 것이 장기 재직률을 높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특히 업무 범위에 대한 기대치는 입사 전에 명확하게 맞춰야 합니다.
이 글을 쓴 사람
안녕하세요, 헤드헌터이자 커리어 컨설턴트 이상학입니다.
써치펌을 운영하며 수백 건의 채용을 직접 진행해왔습니다. 이력서 한 장이 사람의 커리어를 바꾸는 순간을 수없이 봐왔고, 그 현장 경험을 여기에 솔직하게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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