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이 항상 합격으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최종 합격까지 갔다가 연봉 협상 결렬로 입사가 무산되는 경우, 현장에서 일하는 헤드헌터에게는 가장 아쉬운 결말 중 하나입니다. 지난 11월, 저는 그 상황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5개월에 걸친 채용 프로세스가 연봉 협상 한 가지로 마무리되지 못한 사례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과정에서 제가 다시 한번 깨달은 것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작년 11월부터 진행된 채용 건이었습니다.
해당 후보자는 다른 지원자들과 비교해 더 많은 통화를 나눴고, 전형 과정도 일반적인 프로세스보다 훨씬 길게 이어졌습니다. 고객사 내부 실무진들도 이 후보자의 합격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고, 후보자 역시 바쁜 현업 속에서 5개월간의 긴 과정을 성실하게 소화해줬습니다.
결과는 최종 합격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관문인 연봉 협상에서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회사 측은 후보자의 상황을 최대한 배려하며 조건을 제시했고, 후보자는 희망 연봉에 대한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했습니다. 양측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입사는 무산됐습니다.
이 케이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헤드헌터로 일하면서 연봉 협상 단계에서 채용이 무산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봐왔습니다. 공통적인 패턴이 있습니다.
1. 초기에 연봉 범위를 명확히 하지 않은 경우
채용 프로세스 초반에 연봉 범위에 대한 솔직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후반부에 가서야 간극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5개월을 투자한 뒤에 연봉 차이가 크다는 걸 알게 되는 것만큼 소모적인 상황은 없습니다.
2. 회사의 내부 연봉 밴드가 유연하지 않은 경우
기업마다 직급별 연봉 밴드가 정해져 있습니다. 후보자의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내부 기준을 초과하는 제안을 하기 어려운 구조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헤드헌터 입장에서도 중간에서 조율할 수 있는 폭이 제한적입니다.
3. 후보자가 현재 처우를 정확히 공유하지 않은 경우
협상 후반에 실제 처우와 기대치 사이에 큰 차이가 드러나는 경우입니다. 초반에 현재 연봉과 희망 연봉을 솔직하게 공유했다면 서로의 시간을 아낄 수 있었을 상황이 종종 있습니다.
이직을 준비하는 분들이 연봉 협상 단계에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몇 가지를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희망 연봉의 근거를 준비하세요
단순히 “OOO만원을 받고 싶다”가 아니라, 왜 그 금액이 적정한지에 대한 근거가 필요합니다. 현재 처우, 시장 평균, 본인이 기여할 수 있는 가치를 구체적으로 정리해두는 것이 협상력을 높입니다.
수용 가능한 최소 기준을 미리 정해두세요
협상 테이블에서 즉흥적으로 결정하면 후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사를 수락할 수 있는 최소 연봉 기준을 미리 스스로 정해두고, 그 기준 이하면 정중히 거절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선택입니다.
초반에 솔직하게 공유하세요
프로세스 초반에 현재 연봉과 희망 연봉을 솔직하게 공유하는 것이 서로의 시간을 아끼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숨길 이유가 없습니다. 간극이 크다면 초반에 아는 게 낫습니다.
이번 케이스를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것이 있습니다.
채용은 단순히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의 가치를 확인하고 조율하는 협상 과정입니다. 그리고 때로는 협상 결렬이 양쪽 모두에게 가장 솔직하고 최선의 답이 될 수 있습니다.
무리한 합의로 시작된 고용 관계는 결국 더 큰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봉에 대한 불만족은 입사 후 동기부여 저하, 조기 퇴사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그 피해는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돌아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결렬은 실패가 아닙니다. 서로에게 솔직했던 과정의 자연스러운 결말입니다.
5개월간의 긴 여정은 숫자로 기록되는 실적으로 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치열하게 소통했던 고객사와의 신뢰, 본인의 가치를 명확하게 제시했던 후보자의 태도는 저에게 또 다른 자산으로 남았습니다. 결과보다 빛나는 과정이 있다는 것, 이번 케이스가 다시 한번 그것을 확인시켜 줬습니다.
이직을 준비하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하나입니다. 연봉 협상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본인의 가치를 명확히 알고, 근거 있게 제시하고, 수용 불가능한 조건이라면 정중히 거절하는 것. 그것이 장기적으로 더 건강한 커리어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Q. 최종 합격 후 연봉 협상에서 얼마나 올려달라고 해도 될까요?
일반적으로 현재 연봉 대비 10~20% 인상을 요청하는 것이 현실적인 범위입니다. 단, 이직 목적이 연봉 인상이라면 최소 15% 이상은 확보해야 실질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희망 연봉을 제시할 때는 반드시 근거를 함께 제시하는 것이 협상력을 높입니다.
Q. 연봉 협상에서 먼저 숫자를 말하는 게 불리한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헤드헌터를 통한 이직이라면 초반에 솔직하게 공유하는 것이 오히려 서로의 시간을 아끼는 방법입니다. 직접 지원의 경우에는 회사 측 제안을 먼저 듣는 것이 유리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숫자를 숨기다가 후반부에 간극이 드러나는 것이 더 비효율적입니다.
Q. 연봉 협상 결렬 후 재협상이 가능한가요?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간극이 크지 않았다면 헤드헌터를 통해 재조율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한번 결렬된 협상을 재개하는 것은 양측 모두에게 부담이 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충분한 소통으로 결렬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직을 준비하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하나입니다. 연봉 협상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본인의 가치를 명확히 알고, 근거 있게 제시하고, 수용 불가능한 조건이라면 정중히 거절하는 것. 그것이 장기적으로 더 건강한 커리어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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