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시애틀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채용 전문가와 미팅을 했습니다.
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후 미국에서 유학하고, 현지에서 채용과 기업 진출을 돕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링크드인을 통해 미팅 요청을 주셨고,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오신 김에 채용 시장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제가 한국 채용 현실을 설명하는 동안, 그분은 몇 번이나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매일 이 바닥에서 일하는 저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일상이, 글로벌 시각에서는 그만큼 충격적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그 자리에서 다시 실감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 입시를 목표로 삼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 현상을 처음 들은 그분의 반응은 당혹감이었습니다.
“그러면 이공계 인재들이 다 의대로만 가는 건가요?”
맞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최상위권 이과 인재들이 대부분 의대로 흡수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AI, 바이오 등 미래 산업을 이끌어야 할 인재 풀이 특정 직군으로 집중되는 구조가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점에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현장에서 매일 채용을 하는 입장에서도 걱정이 되는 부분입니다.
한국 기업의 서류 전형에서는 지원자의 실제 역량보다 나이, 이직 횟수, 성별 같은 요소들이 1차 필터로 작동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습니다.
그분이 가장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나이가 많으면 팀장보다 나이가 많을 수 있다는 이유로 서류에서 바로 탈락시킨다는 게 사실인가요?”
사실입니다. 실제로 헤드헌터로 일하면서 수도 없이 경험한 일입니다. 실력과 경험이 충분한 지원자가 나이 혹은 이직 횟수라는 이유만으로 면접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지금도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우리가 ‘공정한 스크리닝’이라고 믿어온 기준들이, 사실은 유능한 인재를 걸러내는 장벽이 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세 번째로 그분이 놀란 건 연봉 구조였습니다.
많은 한국 기업에서 아직도 성과와 기여도보다 연차와 직급 중심으로 연봉이 결정됩니다. “형평성”이라는 명목 아래, 월등한 성과를 낸 직원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주지 않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어떨까요? 실력 있는 사람일수록 더 나은 보상을 찾아 해외로, 혹은 보상 체계가 명확한 외국계 기업으로 이탈합니다. 남는 사람들의 동기부여는 낮아지고, 조직의 전체 역량은 정체됩니다.
그분이 미팅을 마무리하며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한국 채용 문화가 인재를 영입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유능한 사람들을 밖으로 밀어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매일 이 바닥에서 일하는 저에게는 너무 익숙해진 풍경들이, 글로벌 기준에서는 이토록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비판만 하고 끝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현장에서 매일 한국 기업들과 인재들을 만나는 사람으로서, 한국이 가진 에너지와 가능성은 여전히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반도체 강국이고, 구습을 깨려는 변화의 움직임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위기’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언제나 방법을 찾아냈던 DNA가 우리에게는 있습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성과 기반 보상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고, 나이와 연차보다 역량을 먼저 보는 채용 문화도 조금씩 퍼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 속도가 충분히 빠른지, 방향이 맞는지는 계속 점검해야 합니다.
헤드헌터로서 현장에서 직접 느끼는 변화의 방향은 명확합니다.
나이와 이직 횟수가 아닌 역량으로 평가하는 서류 전형, 성과에 상응하는 보상 구조, 그리고 다양한 배경과 경로를 가진 인재를 수용할 수 있는 채용 문화. 이 세 가지가 바뀌기 시작하면 한국 채용 시장은 분명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답을 잘 맞히는 사람보다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더 큰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채용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 기준을 의심하는 것, 그것이 변화의 시작입니다.
Q. 한국 기업 서류 전형에서 나이 제한이 실제로 있나요?
공식적으로 나이 제한을 명시하는 경우는 줄었지만, 실제 검토 과정에서 나이와 연차가 필터로 작동하는 경우는 여전히 많습니다. 특히 팀 구성원들과의 연령 밸런스를 이유로 특정 나이대 지원자가 비공식적으로 걸러지는 경우가 헤드헌터 현장에서는 자주 목격됩니다.
Q. 이직 횟수가 많으면 한국 취업이 불리한가요?
불리한 건 사실입니다.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이직 횟수를 더 엄격하게 봅니다. 다만 이직마다 맥락이 있고, 각 직장에서 성과가 명확하다면 커버레터나 자기소개서에서 그 맥락을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한국 채용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특정 직무에서 글로벌 수준의 전문성을 쌓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함께, 링크드인 프로필을 통해 국내외 채용 시장에 동시에 노출되는 전략을 추천합니다. 외국계 기업이나 글로벌 스타트업은 나이와 이직 횟수보다 실제 역량과 포트폴리오를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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