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지났지만 아직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불합격 사유

23년 하반기~ 24년 상반기에는 링크드인을 중심으로 커리어 상담에 집중을 했었다. 당시 유/무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다양한 분들을 만나 뵈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분이 계신다.

미국에서 관련 연구 박사 학위 공부를 하고 계신 분이었는데, 국내 취업을 위해 본인 전공 분야에 해당하는 포지션으로 지원을 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서류에서 불합격을 하였으며, 마침 비공식 루트를 통해 불합격 사유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사유는 아래와 같았다.

역량이나 능력 부족이 아닌, 해당 팀의 팀장이 서류를 검토했는데 지원자가 본인보다 나이가 많아서 불합격을 시켰다는 것이다.

해당 회사는 스타트업도 아니고 대기업에 준하는 매출액과 규모를 가진 회사였다. 그리고 팀장과 나이차도 그리 크지 않았다. 해당 분야에 딱 맞는 연구 경력을 가진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나이’가 조금 많다는 이유로 서류 통과조차 시키지 못하는 것이 우리나라 기업 문화라는 사실에 사실 큰 충격을 받았다.

많은 회사들이 채용 의뢰를 주며 나이 제한을 두기는 한다. 하지만 정말 역량이나 경력이 좋다면 어느 정도 기준보다 높거나 낮아도 유연성을 두고는 있다. 면접을 통해 정말 적합한 분이라면 회사에서 정한 기준에 맞지 않아도 채용을 하는 것이 기업이다. 하지만 해당 팀의 팀장은 그저 ‘나이’만 가지고 판단을 한 것이다. 물론 이것도 100% 사실이 아닐 순 있지만, 서류에서 불합격할 다른 사유는 내 기준에선 보이진 않았다.

해외로 인재가 유출되고, 해외에서 인재를 유입 해 오려고 국가 차원에서 많은 논의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근본적인 우리나라 기업 문화, 수직적 조직 문화 등이 개선되지 않다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렵지 않을까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근로자에 대한 안전장치가 잘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안전장치가 노동 시장의 유연함을 떨어뜨리는 부작용도 있다. 그저 시키는 것만 잘하는 직원, 명령하기 편한 나보다 나이 적은 사람을 팀원으로 두고 싶어 하는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런 병폐는 계속되지 않을까 한다.

1년이 지난 지금, 그분은 과연 국내로 돌아오셨을지 궁금하다. 추측 건데, 해외에서 오히려 본인의 역량을 잘 살릴 수 있는 회사로 가셔서 높은 연봉을 받고 지내고 계시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영영 국내에는 돌아오지 않는 길을 반강제적으로 선택하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인사팀에서는 알려주지 못하는 서류 불합격 사유들

이직을 준비하시는 많은 분들이, ‘서류 불합격을 했는데 그 사유를 알려주지 않아요’라는 생각을 많이 하셨을 것 같습니다. 인사팀 혹은 헤드헌터들에게 문의를 해도 두리뭉실한 답변을 받은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이에 제 경험 상(물론 제 경험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인사팀에서 주로 체크하는 포인트들은 무엇이며, 왜 이런 사유들을 직접적으로 후보자들께 일일이 말씀드릴 수 없는지에 대해 몇 가지 사유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너무 잦은 이직
– 1년 이내 재직한 회사들이 다수 있을 시, 아무리 좋은 회사들에 재직을 하셨다고 해도 1차 필터링에서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력서를 보면 3개월, 6개월 단위로 계속 이직을 하셨던 분도 계시고(회사 폐업 등 부득이한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며, 그런 경우는 제외하겠습니다), 1~2년 단위로 주기적으로 이직을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제 경험 상 5년 차 기준으로 1~2회 이직, 10년 차 기준으로 3회 정도 이직 횟수가 가장 적합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으나 규모가 작은 회사 일 수록 이직 횟수를 더 깐깐하게 보는 경향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이직을 해오셨고 지금도 하실 예정이시라면 차라리 규모가 있는 중견기업 이상으로 이직을 도전해 보시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회사에서는 실무진 채용 시 이직 횟수보다는 회사에서 원하는 스킬을 잘 갖추고 있는지에 조금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기 때문에, 남들보다 이직 횟수가 더 많다는 분은 이런 전략도 고려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우리나라 기업 정서 상 ‘이직이 많다 = 우리 회사도 곧 나갈 거다’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기 때문에 다소 불리한 조건임에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2. 회사에서 요구하는 적정 연차보다 많거나 적을 때
– 이는 제가 올린 공고에 지원을 하시는 분들 중 대부분이 해당되는 경우입니다. JD상으로 3년 이상이라고 되어 있으면 보통 사원~대리 급 정도를 원하고 있습니다. 즉, 3년 이상 채용이라고 해서 10년 차, 20년 차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아닌 것이죠. 하지만 많은 분들이 위와 같은 공고를 올렸을 때, 본부장, 임원급 분들도 지원을 하십니다.

물론, 3년 이상 채용을 원하지만 10년 이상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10년 이상 경력에 맞춰서 회사에서 요구하는 역량 수준도 확 올라가기 때문에 오히려 더 높은 기준으로 검토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JD에 나와 있는 연차보다 더 적어도(10년 이상 경력자를 원하는데 5년 차 경력으로 지원해도 불합격 확률이 높습니다) 안되고, 더 넘쳐도 안됩니다. 우리나라 기업 특성상 해당 팀의 팀원들과의 조화, 위계질서(?)등을 위해서 연차와 연령을 철저하게 필터링하는 곳들이 생각보다 많으니 해당 조건들을 꼼꼼히 보시고 지원하시기를 바랍니다.

3. 회사는 ‘배우면 잘할 수’있는 사람보다, 안 가르쳐도 ‘즉시 투입’이 가능한 인재를 원합니다.
– 요즘 신입을 뽑지 않는 이유는 직원들 교육에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경력직의 경우 입사 후 해당 업무를 즉각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는, ‘즉시 전력감’을 원하는 것이며 JD에 나와있는 필수 요건, 우대 조건을 모두 만족하면서, 회사에서 요구하는 ‘주요 업무’를 입사 후 바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그 일을 직접 해보진 않았지만 배우면 잘할 수 있다’라는 마인드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력직은 ‘배워서 잘할 수 있는’사람이 아닌, 이미 충분히 이전 직장에서 해당 업무 역량을 쌓아왔고, 우리 회사에 와서 ‘결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을 원하고 있습니다.

JD를 보시고 필수 요건은 모두 만족하셔야 하며, 우대 조건도 대부분 만족하셔야 요즘 같은 시기에서는 면접이라도 보실 수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4. 갭이어가 너무 큰 경우
–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제 기준으로는 1년 정도의 갭이어는 어느 정도 구직 활동 등으로 용인 가능한 기간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경우에는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10년 넘게 일을 해오다가 당장 1~2년 일을 쉬었다고 해서 그간 쌓아온 역량이 당장 없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갭이어가 길어질수록 업무에 대한 역량 정체 등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부득이하게 갭이어를 가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그 기간을 짧게 가져가는 것이 좋으며, 갭이어 기간 동안 본인의 역량을 최소 유지라도 할 수 있는 프로젝트나 공부 등을 해나가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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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크게 위와 같은 사유들이 서류에서 1차로 필터링당하는 이유들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들은 후보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얘기하기에 다소 민감한 부분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두리뭉실한 범위 내에서 불합격 사유를 전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JD를 잘 읽어보고 분석하셔서,
회사에서 요구하는 적정 연차인지,
회사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지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분석하시고 지원하시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감사합니다.